10. 체계·구조

인과루프 (causal loop)

어떤 요소가 다른 요소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화살표를 따라 돌고 돌아 결국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닫힌 고리로 세상의 움직임을 그리는 사고법. 고리는 두 종류뿐이다. 차이를 점점 키워 폭주하게 만드는 강화 고리와, 차이를 자꾸 메워 한 점으로 끌어당기는 균형 고리. 원인과 결과를 일직선이 아니라 서로를 먹여 키우는 순환으로 본다는 것이 핵심이다.

너, 통장에 잔고가 좀 쌓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걸 느껴 본 적 있을 거다. 돈이 있으니 이자가 붙는다. 이자가 붙으니 잔고가 는다. 잔고가 느니 이자가 더 붙는다. 누가 떠밀지 않아도 이 바퀴는 혼자 돌면서 점점 빨라진다. 반대 경우도 있다. 방 안이 추워서 보일러를 켠다. 더워지면 보일러가 꺼진다. 식으면 다시 켜진다. 이 바퀴는 빨라지는 게 아니라 한 온도를 가운데 두고 위아래로 까닥거리며 거기 머문다. 똑같이 동그란 고리인데, 하나는 너를 어딘가로 멀리 내던지고 하나는 너를 한자리에 붙들어 맨다. 오늘 이야기는, 세상의 거의 모든 움직임이 이 두 가지 바퀴의 조합일 뿐이라는 걸 처음으로 또렷하게 그려 보인 사람에 관한 거다.

그 사람은 제이 포레스터라는 미국 공학자였다. 원래 그의 손에 익은 건 사람의 일이 아니라 기계의 일이었다. 2차 대전을 전후해 그는 대공포가 날아가는 비행기를 겨누도록 자동으로 각도를 고쳐 잡는 제어장치를 만들었고, 이어 초창기 디지털 컴퓨터를 손수 설계했다. 이런 기계의 심장에는 하나같이 같은 원리가 박혀 있다. 결과를 끊임없이 되읽어서 다음 동작에 도로 먹이는 것 — 엔지니어들이 되먹임이라 부르는 그 고리다. 포레스터의 머릿속은 이미 이 순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1950년대 후반, 그는 한 가전회사가 멀쩡한 시장을 두고도 생산을 늘렸다 줄였다 하며 휘청대는 걸 들여다보다 무릎을 쳤다.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이 출렁임이, 자기가 평생 다룬 기계의 되먹임 고리와 글자 그대로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기계를 흔들던 그 순환이 사람들의 조직도 똑같이 흔들고 있었다. 그는 이 발상을 시스템 다이내믹스라는 이름으로 묶고, 1961년 책 한 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요소들 사이에 화살표를 긋고 그게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게 그리는 그 그림, 인과루프 다이어그램이 여기서 나왔다.

이 생각의 힘을 가장 매섭게 보여 주는 건 포레스터의 제자들이 만든 한 게임이다. 맥주 한 종류를 파는 가게, 도매상, 유통상, 공장이 한 줄로 늘어선다. 네가 그중 한 자리를 맡아 주문만 넣으면 된다. 규칙은 시시할 만큼 단순하다. 그런데 손님이 어느 날 맥주를 평소보다 딱 몇 병 더 사는, 그 작은 변화 하나가 줄을 타고 위로 올라가면서 괴물이 된다. 가게는 품절이 무서워 조금 넉넉히 주문하고, 도매상은 그 늘어난 주문에 놀라 더 넉넉히 주문하고, 공장에 닿을 즈음엔 손님의 작은 변덕이 산더미 같은 폭주 생산으로 부풀어 있다. 그러다 창고가 맥주로 미어터지면 이번엔 다 같이 주문을 뚝 끊고, 그러면 또 품절이 나고 — 줄 전체가 미친 듯이 위아래로 출렁인다. 게임이 끝나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분통을 터뜨린다. 윗줄의 누가 멍청해서, 아랫줄의 누가 변덕스러워서 이 꼴이 났다고 서로를 멸시한다. 그런데 진실은 잔인하다. 그 자리엔 멍청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저마다 자기 앞만 보고 가장 합리적으로 주문했는데도, 주문이 한 바퀴 돌아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차와 강화 고리가 맞물리는 순간, 구조 자체가 이 광란을 빚어낸 것이다. 범인은 사람이 아니라 고리였다.

이 도구를 가장 멀리, 가장 깊이 끌고 간 사람은 포레스터의 또 다른 제자 도넬라 메도즈다. 그는 스승의 그림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을 그리려 했다. 1972년, 그가 동료들과 함께 펴낸 보고서는 인구와 자원과 오염과 생산을 거대한 강화·균형 고리들로 엮어, 이 바퀴들을 계속 돌리면 지구라는 살림이 어디로 가는지를 컴퓨터로 돌려 보였다. 결과는 당시 통념을 거슬렀고, 세상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메도즈가 진짜 남긴 건 그 논쟁적인 예측이 아니라, 이 고리를 읽는 안목 그 자체였다. 그는 늘 말했다. 시스템을 바꾸고 싶거든 고리 안에서 가장 큰 지렛대가 되는 한 점을 찾으라고. 엉뚱한 데서 아무리 용을 써도 고리는 그 힘을 도로 삼켜 제자리로 돌려놓지만, 고리의 급소 한 곳을 누르면 바퀴 전체의 방향이 바뀐다. 가장 적은 힘으로 가장 크게 흔드는 자리, 그걸 보는 눈이 그가 평생 갈고닦은 것이다.

여기서 네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이 인과루프가 종이 위 그림을 넘어 컴퓨터 안에서 진짜로 굴러가려면, 생각의 윗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했다. 우리 머리는 본능적으로 원인에서 결과로 일직선으로 달린다. 'A 때문에 B가 됐다'에서 멈춘다. 그런데 고리로 보려면 그 B가 화살표를 타고 돌아 다시 A를 밀고 있다는, 끝이 시작에 물리는 순환으로 머리를 통째로 돌려세워야 한다. 게다가 기계가 이 바퀴를 돌리게 하려면 한 걸음 더 가야 했다. 막연한 화살표를 '지금 얼마나 고였는가'를 나타내는 양과 '매 순간 얼마나 흘러드는가'를 나타내는 흐름으로 쪼개, 시간을 잘게 토막 내고 매 토막마다 고인 양을 새로 셈해 다음 토막에 먹이는 — 컴퓨터가 묵묵히 되풀이할 수 있는 형태로 고리를 다시 적어야 했던 것이다. 포레스터가 컴퓨터를 손수 만든 사람이었다는 게 여기서 우연이 아니다. 원인과 결과를 직선에서 순환으로 바꾸는 세계관의 전환이 먼저 있었기에, 비로소 기계가 살아 있는 시스템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그러니 너가 어떤 문제가 아무리 손을 써도 자꾸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반대로 작은 일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당황스럽거든, 범인을 사람에게서 찾지 말고 펜을 들어 화살표부터 그려라. 무엇이 무엇을 키우고, 그게 한 바퀴 돌아 다시 자기를 키우는가, 아니면 메우는가. 그 고리가 보이는 순간 너는 누구를 탓할지가 아니라 어느 한 점을 누를지를 묻게 된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대개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아무도 그린 적 없는 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