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FrontierEP 87

'딸깍'의 시대, 슬픔과 기쁨 사이

노정석 · 최승준

사방에서 쏟아지는 '딸깍' 소프트웨어와 FOMO·우울의 중첩. METR 포화와 하네스 엔지니어링, 내삽/외삽 논쟁, 랄프 루프의 한계와 티키타카 모드. 결과에서 과정으로 돌아가 다시 배우는 재미를 찾기.

EP 87: '딸깍'의 시대, 슬픔과 기쁨 사이

생각 덩어리

딸깍딸깍 쏟아지는 양질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짜증·우울

사방에서 딸깍딸깍딸깍 하루 만에 만든, 일주일 만에 만든 양질의 소프트웨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저희도 정신이 없는데요. 이와 함께 대두되는 의견이, 너무 짜증 난다, 우울하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되냐는 목소리가 좀 있어요.

에이전트 swarm, 에이전트 팀이 나오면서 뭔가를 많이 돌리는 트렌드를 제가 잘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1, 2월을 빠르게 가기보다는 천천히 생각하는 쪽으로 가고 있긴 한데, 천천히 생각하다 보니 배경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어서 FOMO가 오는 악순환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MVK — 모르는 채로도 옳은 방향으로

제가 2월 초에 Uneven Future에서 발표했을 때 마지막 슬라이드가 "모르는 채로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최소한 무엇을 알아야 할까"였어요. MVK, Minimum Viable Knowledge, 저희 채널에서도 몇 번 말씀드렸는데, 그걸로 이야기하면서 마무리했었고, 계속 머릿속에 있는 화두예요.

METR 벤치마크 포화 — 14시간, 의미를 상실하는 순간

METR에서 Claude Opus 4.6을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그런데 14시간이 나와버렸어요. 저희가 계속 녹화하면서 내년 한 5월, 7월쯤이면 인간 풀 데이 8시간이 될 거 아니냐, 그런 얘기를 했었잖아요. GPT-5.2가 거의 5시간을 끊더니, 4.6이 — 지금 로그 그래프라서 큰 차이 없어 보이고 예상 범위 안이구나 느껴지는데, 리니어로 보면 저만큼 있는 거예요.

METR에서도 우리 과제가 포화된 것 같다, 다른 것들을 준비 중이라고 했어요. 이 그래프가 의미를 상실하는 순간에 온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프의 목적 자체가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얼마나 혼자 오래 일할 수 있느냐였는데, 저희가 하루에 8시간 일하잖아요. 그 8시간도 집중해서 일하는 게 아니고 한 3~4시간 일한다고 했을 때, 14시간은 일만 할 거니까.

가장 general한 것이 가장 specific하다

모델이 사실 general함의 끝판왕이잖아요. 뭐든 다 할 수 있는 능력인데, 가장 general한 게 가장 specific한 거다라고 엊그제 Claude Code 만든 Boris Cherny가 Y Combinator 유튜브에 나와서 얘기하더라고요. 그 강력한 general한 지능으로 다른 도메인들도 다 끝장을 내고 있잖아요.

Chris Lattner의 Claude C 리뷰 — 교과서적이지만 새 추상화는 없다

Chris Lattner라고 LLVM 만들고 Swift도 만들고 ... 그날 포스팅은 내가 여태까지 봤던 컴파일러 관련 문서화의 최고봉인 것 같다는 정도의 인상평을 남기고 ... 앞부분은 교과서적인 가치가 있을 정도의 구현이라는 얘기를 해요.

Claude C 컴파일러에서 가장 드러나는 부분은 실수예요. 테스트에 필요한 것을 하드 코딩해 놓은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이건 테스트 스위트를 넘어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신호고 ... 현재 AI 시스템은 이미 알려진 기법을 조합하고 측정 가능한 성공 기준에 맞춰 최적화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프로덕션 수준 시스템에 필요한 열린 형태의 일반화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알려진 추상화를 구현하는 것과 새로운 추상화를 발명하는 것은 다릅니다. 반복적인 허드렛일을 제거하고 ... 이정표 역할은 하지만, 새로운 추상화를 발명하지는 못하고 있고, 이 구현에서 새로운 것은 보이지 않는다.

구현이 쉬워질수록 비전·판단·취향이 더 어려운 문제가 된다

소프트웨어의 종말이나 엔지니어의 종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 건 좀 hype이고, 오히려 문을 더 활짝 열어놓는 일에 가깝다. 구현이 쉬워질수록 진짜 혁신이 들어설 공간은 더 커진다는 거죠. 구현 장벽이 낮아진다고 엔지니어의 중요성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비전, 판단, 취향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만들기가 쉬워질수록 무엇이 만들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일이 더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AI는 실행을 가속하지만 의미와 방향, 책임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몫으로 남습니다.

코드를 쓰는 일은 목표였던 적이 없다. 목표는 의미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다.

9의 행진 — 90%와 99.99% 사이의 어마어마한 갭

Andrej Karpathy가 예전에 어떤 강연에서 "9의 행진"이란 말을 했었잖아요. "March of Nines"라는 표현을 썼는데, 처음 90%에 들어가는 노력, 90%를 99%로 만드는 거, 99를 99.9, 99.99로 만드는 거, 각각 9를 하나 더 붙일 때마다 들어가는 노력의 크기가 똑같다.

Claude C 컴파일러도 한 90%까지는 그냥 해주는 거고, 좀 과장하면 99%까지는 해주는 거고, 그러나 99.99%의 입장에 있는 거장의 눈에는 그 모자라는 0.99%가 어마어마하게 큰 갭으로 느껴질 것 같고, 그 갭이 느껴지는 부분이 아까 ... 굉장히 인간적인 가치, 취향이라든지 의지라든지 하는 부분에 더 있다.

모든 문제를 검색 문제로 — 신약 개발과 과학

신약 개발이라는 것도 문제를 일으키는 단백질을 찾고, 그 단백질이 무언가를 발현하는 데 들어가는 기작이 있잖아요. 그걸 방해하거나 촉진하는 형태의 물질, 소위 항체라고 하는 물질을 만들어서 그 과정을 화학적으로 방해하는 게 대부분 약의 기작인 경우가 많거든요. 결국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고, 거기에 들어맞는 다른 구조를 찾는 게임이거든요. 이런 부분도 다 연산으로 치환해서 검색 문제로 풀 수 있다는 걸 지금 보여주고 있죠.

정말 모든 문제가 탐색 문제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전기와 더 많은 연산을 투입해서 가보지 않은 곳들을 지금 추론 토큰이 다 가보고 있는 거잖아요. 예전에 사람이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했을 일들을 이제 다 연산으로 치환하고 있는 것 같아요.

OpenAI 이론물리 사례 — 12시간 만에 증명까지

1년 뒤에 GPT-5.2 Pro와 몇 차례 주고받은 끝에 OpenAI 내부 모델에 최종 질의를 보냈고, 그 모델이 양자장론에서 이전에는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했을 뿐 아니라 증명까지 해냈다. 12시간 만에. 모델이 해당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 중 2명이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것이다.

코딩은 이미 켄타우로스 너머의 시절로 가기 시작했는데, 과학은 켄타우로스의 시절로 돌입한 느낌이에요. ... AI와 사람이 같이 팀을 짜면 AI 혼자나 사람 혼자보다 더 잘한다는 식의 켄타우로스 방식 체스 ... 과학은 드디어 켄타우로스의 시절, AI와 같이 하는 시절에 돌입했고, 코딩은 AI에게 훨씬 더 위임하는 쪽으로 가서 과학이랑 수학이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2026년에 AI가 물리학에 대해 하게 될 일은 2025년에 코딩에 대해 했던 일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삽인가 외삽인가 — sparse한 공간 사이의 보간

모델은 단순한 내삽 엔진이라는 얘기를 초창기에 많이 했잖아요. interpolation 정도 하는 거지, 새로운 것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모델이 좀 바보인 시기에 많이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나오는 결과들을 보면 사실은 다 반대잖아요. 다 extrapolation, 외삽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 모델이 투영하고 있는 전체 진리를 100이라고 하면 그 100이라는 부분이 모델에서 매우 희소하게, sparse하게 구현돼 있잖아요. 그냥 interpolation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넓은 공간에서 sparse한 공간들 사이를 interpolation 하는 게 인간 입장에서는 extrapolation처럼 보이는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인간 고유의 창조라고 부르는 것들도 사실 이미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공간을 누군가 찾아내는 것에 불과한 거고, 전체의 보편 타당함을 100으로 보면. 이 모델의 연산이 더 증가하고 일반성이 더 증가하면 그 사이에 있었던 것들도 다 된다는 걸 ... 가정으로 깔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델이 다 끝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저희가 하고 있는 겁니다.

"몇 차례 주고받은 끝" — 프롬프트로 환원되기 전의 것

제가 이 물리학 관련 얘기에서 계속 매의 눈으로 보고 있는 건 "몇 차례 주고받은 끝"이라는 부분이에요. ... GPT-5.2 Pro로는 안 됐던 걸 그 특수한 하네스에서 12시간 돌려서 해냈다는 이야기예요. ... 그것도 중요하지만 몇 차례 주고받은 것도 중요하게 느끼는데, 왜 그들은 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최고 전문가이자 최고 수준의 물리학자라서 그걸 했을 건데, 결국 어떤 프롬프트로 환원됐을 거잖아요. 그 프롬프트로 환원되기 전의 것들은 뭘까. 내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했다면 이해는 못하겠지만 같은 응답을 했을 거잖아요, 그 모델과 하네스는. 저는 이게 계속 궁금한 포인트예요. 무슨 어휘와 무슨 문장을 썼을까.

한 스텝 한 스텝 띄울 때마다 모델 안의 space가 계속 바뀌는 거잖아요. representation 하는 space가 완전히 바뀌어 있는 거니까 그런 식으로 찾아가는 거겠죠. 그 space를 계속 전이시켜 낼 수 있는 능력, 그게 어쩌면 취향이자 방향을 설정하는 인간의 가치라고 저희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랄프 루프의 한계와 티키타카 모드

예전에는 oh-my-opencode 같은 것처럼 무조건 목적성에 맞춰서 끝을 내라고 하면서 계속 훅 걸어서 영원히 돌게 하는 — 그걸 통해서는 아까 C 컴파일러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가 알던 거 이상은 안 나온다는 인식이 좀 생긴 것 같아요. 지평을 넓히는 작업으로 넘어가려면 human-in-the-loop가 반드시 필요해요. context를 이해하고 다른 쪽으로 계속 steering 하는 prompt를 넣어줘야 되는데, ralph loop와는 완전히 위배되거든요.

정말 간단한 작업이나 너무 명확한데 답을 빨리 내야 되는 건 ralph loop를 돌려서 무식하게 처리해 버리는데, 무언가 로직을 만들어야 되거나 저희 회사 사업에 딱 맞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되는 영역에서는 한 스텝 한 스텝 보게 돼요. 기껏해야 서브 에이전트 3~4개 돌려서 답 가져오게 만들고 그거 비교시키고, 비교한 과정을 제가 또 보고.

굉장히 높은 밀도의 어휘와 domain-specific한 것들이 들어가 있는 티키타카 모드가 있고, 어느 정도 티키타카 해서 뭔가가 정해지면 좋은 질문이 나오고 지시문이 나오고, 그러면 오래 돌리는 loop가 그걸 수행할 수 있는 — 2개가 공존하면서 서로 상승 효과를 내는 2가지 결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네스 엔지니어링 — 모델과 하네스의 조합

어떨 때는 스캐폴딩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차이가 있나요? 거의 같은 거죠.

Grok 같은 경우에는 아예 최고 모델, 돈 제일 많이 내면 주는 모델이 특정 단일 모델이 아니라 Grok 4.2 Agent Swarm이에요. Grok 4.2 Swarm과 Gemini 3.1 Pro를 비교하는 벤치마크도 하거든요. 단일 모델을 엮어서 쓰는 건 너무 일반적인 트렌드 아닌가.

저희가 작년 중순만 하더라도 유튜브에서 하네스 이런 얘기하면 댓글에 하네스가 뭐예요? 이런 댓글이 달린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용어가 된 것 같습니다.

신정규 대표님도 지난주에 나오셔서 Claude Code의 진짜 물건은 Claude Opus 4.6이 아니라 Claude Code 하네스인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었죠.

3개의 조합 축 — 티키타카·하네스·0.1씩 오르는 모델

사람이 몇 차례 주고받을 수 있는 역량, 그 의미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과 스캐폴딩 또는 하네스, 그리고 0.1씩 올라가고 있는 새로운 모델, METR을 saturation 시켜버린 그 모델의 역량, 이런 것들이 3개의 조합 가능한 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고요.

FOMO 산업 — 호들갑과 현실의 중첩

호들갑과 현재 상황의 중첩. 그렇죠, 호들갑으로 봐야 될까요? 아니면 현 상황이라고 봐야 될까요?

AI에 관련해서 말하는 게 FOMO를 유발해야 먹고사는 업계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 지금 큰일 났으니까 따라가셔야 됩니다 하는 톤을 은연중에 내비칠 수밖에 없죠.

지금 사실 가치를 만들고 돈을 만지는 회사는 모델을 만들고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 빼고, 나머지 기존에 있었던 회사들은 다 우울해지고 있는 상황이고, 그 사이에서 FOMO를 유발하는 유튜버들이 구독자를 늘리며 광고 협찬을 많이 받고 있고, 그러는 거죠.

딸깍과 우울은 왜 같이 가는가

누틸드의 대표님이 AI의 딸깍 시대, 우리는 왜 우울해졌을까라는 블로그 시리즈를 시작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타임라인에서 봤는데 AI 우울증이라는 표현이 흥미로워서 가져와 봤습니다.

근데 왜 딸깍과 우울은 같이 가는 걸까요? — 그 딸깍이 내가 아니니까. 그 딸깍이 내가 하는 사람들은 지금 신나죠.

근데 딸깍하고 있는 사람도 우울할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 네, 그거는 목적 함수가 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좋은 소프트웨어가 많아질 뿐 — 고객은 귀신같이 알아본다

좋은 소프트웨어가 훨씬 많아지는 거고, 좋은 소프트웨어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좋은 것에서 great한 걸 찾아서 또 거기로 몰려가요. 상대적으로 배경이 바뀌더라도 좋은 것들을 알아보는 눈은 끊임없이 가혹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저는 물건을 파는 장사를 해 보니까 고객들이 귀신같이 다 알아요. 좋은 것과 나쁜 것, 이게 돈의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기 때문에 다 상대적인 거다. 그래서 그다음으로 넘어가고, 변화하는 것들에 대해 잘못됐다는 얘기는 하지 말아야 될 것 같습니다. 따라가는 것만이 최선입니다.

microgpt를 손으로 타이핑하며 재미 찾기

microgpt를 재미있게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빠르게 가보면, 블로그로도 Andrej Karpathy가 올렸고, 앞에 micro가 붙은 게 2020년에 micrograd라는 걸 발표했었어요. 거기에 Value라는 클래스가 있었는데, 자동 미분을 스칼라 기반으로 하는 아주 간단한 구현이었거든요. ... 그걸 활용해서 200줄에 딱 끊었어요.

전체 코드를 보면 matmul이나 이런 것들도 다 파이썬으로 구현해 놨어요. 200줄 안에 그게 되는 코드입니다. 저는 이걸 한번 쭉 따라서 타이핑해 봤어요. 재미 삼아 한번 쭉 따라서 해보고 Colab에서 실행해 보고 그랬는데 재미있었고요.

자동 미분의 창의적 응용 — 미분 가능한 형태로 바꾸기

어떤 건 일정 거리 안에 들어와야 되고, 어떤 건 수직이 맞아야 되고, 어떤 건 겹치고, 어떤 건 겹치지 않게 되어 있는 ... 그런 규약을 나타내는 건데, 이런 규약들을 미분 가능한 함수로 바꿔주면 자동 미분은 이런 걸 할 수 있어요. 레이아웃 최적화 같은 걸 할 수 있고

구독자분들께 드려야 되는 인사이트는 아까 말씀드렸던 초끈 이론의 물리학 최전선에서 답을 찾아내는 것과 방금 승준님이 보여주시는 거기에 들어가는 것의 알고리즘은 같다는 겁니다. 들어가는 컴퓨테이션의 양만 다를 뿐이다.

이런 걸 할 때 어떻게 에너지 함수를 만들어야 되는가, 미분 가능해야만 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내가 만들고자 하는 걸 미분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작업이 중요해요. 그걸 요새는 AI한테 부탁하면 되겠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미분 가능한 함수를 어떻게 디자인하면 좋을까를 물으면 되겠구나를 어제 느꼈어요.

결과보다 과정 — 스트레스의 정체

제가 요새 좀 트렌드에 스트레스를 받나 했을 때, 생성물을 들여다보고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을 조금 잃어버린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아왔어요. 사실 코드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돌려서 이거 나왔네 하는 식으로 가다 보니까 한 1, 2년 정도 코딩을 많이 안 했고 시키기만 했죠. ... 그런데 이렇게 다시 공부하고 손으로 타이핑해서 코딩 ... 다시 재미있더라고요.

랄프 루프 돌려서 와 나 토큰을 얼마 썼어 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다시 목적성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모델과 티키타카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계속 늘어나는 게 재밌더라고요.

모르는 채로 시작하되 알아가면서 뭘 원했는지 깨닫기

모르는 채로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나아가 보는 방향에서 자기가 배움을 얻고 결정하는 품질을 높이는 과정과 결합되면 돼요. 그러면 모르는 채로 시작했지만 알아가면서 내가 뭘 가고 싶은지조차 그 과정에서 깨달을 수 있거든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옛 어른들 말씀이 맞다. 모르는 채로 내가 어디에 도착할지 당연히 알 수 없잖아요. 모순이잖아요. 모르는 채로도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저는 그 말 자체가 성립을 안 해요. 그러나 모르는 채로 시작하되, 뭔가를 알게 된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깨닫는 결과로 갈 수 있다.

웃기지만 AI도 물어보지 않는 자에게 답을 주진 않아요.

태도·취향·의지로 회귀하는 어휘

지금 저희가 계속 회귀하는 어휘들이 태도나 취향, 때로는 의지, 다른 말이긴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다고 느껴지긴 하거든요.

그 허들을 넘는 순간, 그걸 계속 넘기로 하는 순간은 승준님이 방금 말씀하신 그게 태도잖아요. 생기는 거죠. 계속 배우는 것들을 모델에 알려줄 테니까.

AI가 혹사시키는 메커니즘 — 건강하게 쓰기

너무 되다 보니까 건강하게 하는 방법을 사람들이 모르는 중이고, 그게 위험하구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거든요. AI가 나를 혹사시키고 무리하게 되는 메커니즘이구나. 되다 보니까 안 되지만 될 것 같은 힌트들이 계속 나오고, 무리를 하게 되는데, 건강도 해치고 FOMO도 유발하고, 그게 문제구나를 알아가는 게 2026년의 트렌드가 될 것 같아요.

프롬프트 깎기 — 24번 고쳐 쓰기

이 프롬프트를 쓸 때 24번 고쳐 쓴 거예요. 앞에 프롬프트가 좀 더 길게 있긴 한데, 원하는 응답이 나올 때까지 24번을 반복해서 고치는 거고, 어휘 하나 바꿔보기도, 문장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깎는다는 표현을 요새 많이 하잖아요. 프롬프트를 깎는 과정이었죠.

Gilbert Strang 선형대수 — 같은 질문의 수십 번 변주

올해 초에 Gilbert Strang의 선형대수 책을 다시 본다고 했었잖아요. 읽기로 하고 읽어 나갔는데, 아직 1장을 다 읽고 2장을 넘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모르겠는 부분이 있어서 같은 질문의 변주를 수십 번 물어보고 있거든요. 프롬프트는 많이 하면 결과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로 조정해 나갈 수 있어요. 그런데 같은 걸 수십 번 하더라도 여전히 모르는 게 있다는 거죠.

내가 뭘 모르고 있구나를 알게 되는 감각, 그걸 계속 좁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드는 의문이 이걸 내가 결국 알아야 되는 건가. 근데 포기하기 어려운 게, 내가 완전히 그걸 pre-training 해서 소화, grokking을 해냈다고 봤을 때는 해냈다고 그다음을 더할 것 같다는 느낌은 또 있거든요.

여행자 — 마음의 닻과 흔들림의 균형

모두가 다 지금 여행자가 된 것 같아요. 집에 편하게 머물러 있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다 미지의 공간에 떨어뜨려져서.

이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어딘가에 마음의 닻을 좀 놓긴 해야 되는 것 같아요. 중심이 너무 흔들려서요. 어느 정도는 흔들리되, 그래야 새로운 탐색을 하지, 근데 또 너무 닻을 내리면 안 변할 거 아니에요. 이 균형감을 갖는 게 쉽지 않은 거고

비즈니스 — 99와 99.99 사이, 다시 모델 안으로

레이어도, 이제는 모델이 하나의 라이브러리처럼 포장돼서 아래로 내려가 버리고, 저희는 콜만 하면 답을 주는 객체가 되어 버렸지만, 거기서도 비즈니스를 세우려면 모델 안을 보지 않고서는 이 산업이 어떻게 갈지 알 수가 없거든요. ... 예전에는 파이썬만 알면 아래 있는 C나 어셈블리는 몰라도 된다고 했는데, 얘는 하드웨어의 컴퓨테이션 레이어에서부터 모델, 그리고 비즈니스까지 다른 층위로 왔다 갔다 해야 답이 좀 보이는 느낌이거든요.

모든 소프트웨어의 단위 업무가 하나의 모델 안에 다 들어가고 그 모델 위에 약간의 하네스가 얹어지는 구조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작은 디테일에도 다시 모델의 세상이 온다는 얘기를 하셨다고 생각하거든요.

전부 99와 99.9, 99.99 사이에서 경쟁해야 되는 거면, 고객들은 99가 아닌 99.99에 다 몰려갈 거거든요. 이건 저희가 지금까지 가져오던 속도에 대한 감각, 가치에 대한 감각이 달라지는 거지, 다시 그 공간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의 상대적 편차가 새로운 노름이 돼서 벌어질 거예요. 그게 우리 세대에 벌어지고 있는 게 우리의 불행인데, 거꾸로 얘기하면 스타트업이든, 변화가 절실한 개인이든 이거 다 기회죠. 누군가에게 위기는 다 우리에게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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