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의사결정·판단

의사결정 매트릭스 (weighted matrix)

여러 선택지를 평가 기준별로 나누고, 각 기준에 중요도(가중치)를 매긴 뒤 선택지가 그 기준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점수를 매겨, 가중치와 점수를 곱해 합산한 총점으로 선택지들을 비교하는 의사결정 도구다. 직관이 한꺼번에 붙들지 못하는 여러 고려사항을 표 위에 펼쳐, 머릿속 저울질을 눈에 보이는 산수로 바꾼다.

너, 살면서 한 번쯤 밤늦게 종이를 꺼내 가운데에 줄을 죽 긋고, 왼쪽엔 '좋은 점', 오른쪽엔 '나쁜 점'을 적어 본 적 있을 거다. 이직을 할까 말까, 이 집을 계약할까 말까, 그 사람과 함께할까 말까. 한참을 적다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아까는 분명 '연봉'이 제일 커 보였는데, 출근길 한 시간을 적고 나니 그게 또 발목을 잡고, 그러다 다시 연봉으로 마음이 쏠린다. 같은 항목들을 두고도 어느 게 먼저 떠오르느냐에 따라 결론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이 흔들림의 정체를 이백오십 년 전에 정확히 꿰뚫어 본 한 사람, 그리고 그가 시작한 작은 산수가 어떻게 미사일과 컴퓨터의 판단까지 떠받치게 되었는가에 관한 거다.

그 사람은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렇다, 연 날리고 미국 건국에 이름을 올린 그 프랭클린. 1772년, 영국의 친구이자 과학자였던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좋은 일자리 제안을 받았는데 지금 자리를 떠나야 할지 도무지 결정을 못 하겠다는 고민이었다. 프랭클린은 답장에서, 자기는 어떻게 정하느냐를 일러 준다. 종이 반 장을 세로로 갈라 한쪽엔 찬성 이유, 한쪽엔 반대 이유를 사나흘에 걸쳐 떠오르는 대로 다 적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프랭클린은 각 이유의 '무게'를 가늠한다. 찬성 쪽 어떤 이유 하나가 반대 쪽 이유 하나와 엇비슷한 무게다 싶으면, 둘을 같이 지운다. 찬성 이유 하나가 반대 이유 둘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싶으면 그 셋을 한꺼번에 지운다. 이렇게 무게가 상쇄되는 것들을 차례차례 솎아 내고 나면, 마지막에 어느 쪽으로 저울이 기우는지가 비로소 드러난다. 그가 진단한 문제는 소름 끼치게 정확하다. 어려운 결정이 어려운 까닭은, 그 모든 이유가 한순간에 머릿속에 함께 떠 있질 못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어떤 무리가 떠오르면 다른 무리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그래서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그래서 종이에 박아 두라는 거다. 프랭클린은 이 방법에 '도덕 대수' 혹은 '신중의 대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유의 무게를 대수 방정식처럼 정밀하게 잴 수야 없지만, 하나하나 따로 또 전체와 견주어 보면 그래도 훨씬 나은 판단을 하게 되고 경솔한 헛발질이 줄어든다고 그는 적었다.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이 네가 밤에 끄적이던 그 찬반 목록이, 실은 한 건국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일러 준 사고법이었던 셈이다.

다만 프랭클린의 방식엔 빈자리가 하나 있었다. 그는 무게를 '눈대중'으로 상쇄했지, 기준마다 숫자로 된 가중치를 붙이지는 않았다. 이 빈자리를 채우며 도구를 한 단계 끌어올린 건 이백 년 뒤의 공학자들이었다. 영국의 제품 디자이너 스튜어트 퓨는 1980년대에 '토털 디자인'이라는 설계 방법론을 정리하면서, 여러 설계안 중 무엇을 택할지를 표로 푸는 방식을 널리 알렸다. 기준들을 죽 세로로 늘어놓고, 하나의 기준안을 '기준점'으로 박은 다음, 다른 안들이 각 기준에서 그보다 나은지 같은지 못한지를 더하기 빼기로 채점해 합산한다. 우리가 흔히 '퓨 매트릭스'라 부르는 그것이다. 도면 앞에서 엔지니어들이 '내 설계가 더 우아하다'며 취향으로 싸우던 자리에, 퓨는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표를 깔아 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가시 같은 문제가 하나 솟는다. 표를 만드는 건 쉽다. 점수도 매길 수 있다. 그런데 가중치는 대체 어디서 오는가. 안전이 비용보다 두 배 중요한가 세 배 중요한가. 디자인은 0.3인가 0.2인가. 누군가 "안전 0.4, 비용 0.3, 디자인 0.3" 하고 숫자를 던지면, 그건 그냥 자기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거기 맞게 손가락으로 가리킨 가짜 정밀함 아닌가. 가중치를 제멋대로 주면, 객관적인 표의 탈을 쓴 채 원하는 답이 나오게 매트릭스를 조작할 수 있다. 이게 의사결정 매트릭스의 급소다.

이 급소를 정면으로 물고 늘어진 사람이 토머스 사티다. 1970년대,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군축 협상 자문이었던 그는 끔찍한 난제 앞에 있었다. 무기 체계 하나를 고르는 데 비용, 성능, 정치적 파장, 동맹 관계처럼 서로 단위도 다르고 충돌하는 고려사항이 수십 개씩 엉켜 있었다. 여기에 "중요도 0.4" 같은 숫자를 어떻게 자신 있게 박는단 말인가. 사티의 답은 이거였다. 사람은 "안전의 절대 중요도가 얼마냐"는 물음엔 헛소리를 하지만, "안전과 비용 둘 중 어느 쪽이 얼마나 더 중요하냐"는 둘씩 짝지은 비교엔 제법 일관되게 답한다. 그래서 그는 모든 기준을 두 개씩 짝지어 일일이 견주게 했다. 안전 대 비용, 안전 대 디자인, 비용 대 디자인. 이 수많은 짝 비교를 행렬에 채워 넣고 수학적으로 풀어내면, 가중치가 사람의 손이 아니라 비교들의 합의에서 저절로 솟아 나온다. 더 영리한 건, 그가 '일관성 지표'라는 검산까지 붙였다는 점이다. 만약 네가 'A가 B보다 중요하고, B가 C보다 중요하다'면서 정작 'C가 A보다 중요하다'고 답해 버리면, 행렬이 그 모순을 잡아내 "당신 지금 앞뒤가 안 맞는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 방법에 '계층 분석 과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나의 거대한 판단을 작고 답하기 쉬운 짝 비교 수백 개로 쪼갠 다음, 다시 합쳐 올리는 것. 프랭클린이 눈대중으로 상쇄하던 무게를, 사티는 검산까지 되는 정밀한 산수로 끌어올린 셈이다.

사티의 도구가 컴퓨터로 옮겨 가는 길목에서, 네가 정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나온다. 1983년, 그는 어니스트 포먼과 함께 이 모든 짝 비교와 행렬 계산을 사람 대신 돌려 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그 뒤로 정부 조달, 기업의 협력사 선정, 신약 후보 고르기까지 무수한 결정이 이 방식의 디지털 후예 위에서 내려진다. 그런데 도구를 기계에 태우려 하자, 생각의 윗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했다. 손으로 표를 그릴 때 우리는 비용은 '원'으로, 성능은 '점'으로, 위험은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적고는 그걸 막연히 합산했다. 기계는 그 엉성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단위가 다른 것들을 더하려면, 먼저 모든 점수를 0과 1 사이 같은 공통의 잣대로 환산해야 한다. 그리고 가중치는 입력하는 자의 변덕이 아니라, 검산을 통과한 일관된 비교의 산물이어야 한다. 즉 '하나의 흐릿한 직관'을 '여러 개의 작고 검증 가능한 비교'로 분해하고, 단위가 다른 가치들을 한 자 위에 세우는 발상의 전환 — 그 윗단추를 새로 끼우고 나서야 비로소 기계가 우리의 저울질을 대신 돌릴 수 있었다. 밤에 끄적이던 찬반 목록이 기계의 판단 엔진이 되려면, '무게를 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통째로 다시 정의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 너가 도무지 마음을 못 정하는 갈림길 앞에 서거든 — 어느 회사로 옮길지, 어느 협력사와 손잡을지, 어느 기능을 먼저 만들지 — 머릿속에서만 저울질하다 갈팡질팡하지 마라. 먼저 진짜로 중요한 기준 몇 개를 종이에 적어 못 박아라. 다음, 그 기준들에 곧장 가중치를 던지지 말고 둘씩 짝지어 물어라. '이게 저것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가.' 그렇게 짜낸 가중치로 선택지마다 점수를 매겨 곱해 더해라. 답은 그 표가 내는 게 아니다. 표를 채우다 보면, 네가 진짜로 무엇을 중히 여기는 사람인지가 비로소 드러난다. 그게 한 건국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일러 준, 흔들리는 마음을 붙드는 산수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