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원인분석 (root cause analysis)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아니라 그 증상을 만들어 낸 발생 메커니즘의 맨 밑바닥까지 거슬러 올라가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아내는 방법. 눈앞의 불을 끄는 대신, 같은 불이 다시는 나지 않도록 불씨의 출처 자체를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한다.
너, 한밤중에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진다고 해보자. 너는 양동이를 받친다. 다음 날 또 떨어진다. 양동이를 더 큰 걸로 바꾼다. 며칠 뒤엔 벽지에 곰팡이가 핀다. 너는 곰팡이 제거제를 사다 닦는다. 자, 너는 지금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너는 한 번도 위층에 올라가 어디서 물이 새는지 들여다본 적이 없다. 양동이도, 곰팡이 제거제도, 전부 떨어진 물방울을 상대하는 일이지 물방울을 만든 구멍을 상대하는 일이 아니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그 구멍을 찾으러 위층으로 올라가는 법에 관한 거다. 그리고 이 단순해 보이는 습관 하나가, 한때 폐허였던 한 나라의 제조업을 세계의 꼭대기로 끌어올렸다.
때는 대략 1930년대, 일본. 사키치 도요다라는 사람이 있었다. 대학 나온 공학자가 아니라 시골 목수의 아들로 자라 평생 직조기, 그러니까 베 짜는 기계를 만들고 고친 발명가였다. 그가 만든 자동 직조기에는 남다른 장치가 하나 달려 있었다. 실 한 가닥이라도 끊어지면 기계가 스스로 딱 멈춰 서는 장치였다. 보통 사람은 실이 끊기면 도로 이어 붙이고 다시 돌렸을 거다. 그런데 도요다는 달랐다. 그는 기계를 멈춰 세워 놓고 물었다. 왜 끊겼지. 그 실이 약해서? 그럼 왜 약했지. 장력이 잘못 걸려서? 그럼 왜 잘못 걸렸지. 그는 끊어진 실을 잇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같은 실이 다시는 끊기지 않게 만드는 데까지 파고들었다. 끊어진 실은 증상이고, 그가 쫓은 건 그 실을 끊은 메커니즘이었다.
여기서 그가 손에 쥔 도구가 우습도록 단순하다. '왜'를 다섯 번 거푸 묻는 것. 사람들은 이걸 다섯 번의 왜, 영어로 '파이브 와이즈'라 부르게 됐다. 한 번 묻고 나온 답에 만족하지 말고, 그 답에 다시 왜를 걸고, 또 그 답에 왜를 거는 것. 그렇게 다섯 겹쯤 파 내려가면 비로소 맨 밑바닥이 드러난다는 거다. 사키치의 손자뻘 되는 회사를 물려받은 아들 기이치로와, 훗날 그 공장을 떠맡은 엔지니어 다이이치 오노가 이 묻는 버릇을 회사 전체의 철칙으로 깎아 세웠다. 오노는 이걸 두고 도요타식 과학적 사고의 바탕이라 불렀다 — 왜를 다섯 번 되풀이하면 문제의 본질도, 그 해법도 저절로 또렷해진다고.
오노가 직접 든 예제 하나를 끝까지 따라가 보자. 이건 그가 1978년에 낸 책에 적어 둔 실제 예다. 공장에서 기계가 갑자기 섰다. 자, 첫 번째 왜. 왜 기계가 멈췄나. 과부하가 걸려 퓨즈가 나갔다. 여기서 멈추는 사람은 퓨즈를 갈아 끼우고 끝낸다. 그리고 며칠 뒤 퓨즈는 또 나간다. 오노는 한 번 더 물었다. 왜 과부하가 걸렸나. 베어링에 윤활유가 덜 돌아서다. 세 번째 왜. 왜 윤활유가 덜 돌았나. 윤활 펌프가 기름을 제대로 못 퍼 올려서다. 네 번째 왜. 왜 펌프가 못 퍼 올렸나. 펌프 축이 닳아 덜그럭거려서다. 다섯 번째 왜. 왜 축이 닳았나. 거름망이 안 달려 있어서 쇳가루가 펌프 안으로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자, 여기가 밑바닥이다. 퓨즈를 백 번 갈아 끼워도 쇳가루는 계속 들어온다. 진짜 해야 할 일은 단돈 얼마짜리 거름망 하나를 끼우는 거였다. 같은 고장이 보이느냐. 똑같은 사건도 첫 번째 왜에서 멈추면 평생 퓨즈만 갈고, 다섯 번째 왜까지 가면 거름망에 닿는다.
이 묻는 기술이 진짜 무엇을 이뤘느냐. 2차 대전이 끝난 일본은 잿더미였고, 도요타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에 견주면 한참 뒤처진 작은 회사였다. 돈도, 자재도, 여유도 없었다. 그 척박함 속에서 오노가 세운 생산 방식 — 우리가 도요타 생산방식, 또는 린 생산이라 부르는 그것 — 의 한복판에 바로 이 근본원인 추적이 박혀 있었다. 불량이 하나 나오면 그 자리에서 라인을 멈추고 밑바닥 원인을 캐내 다시는 같은 불량이 안 나오게 막았다. 증상을 땜질하는 회사는 같은 불을 평생 끄지만, 발생 메커니즘을 없애는 회사는 그 불을 영영 끈다. 이 차이가 수십 년 쌓이자, 가장 가난하게 출발한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됐다. 도구 하나가 한 산업의 운명을 갈랐다.
이 시골 발명가의 묻는 버릇은 오늘날 네 손안의 기계 속에서도 살아 있다. 거대한 인터넷 서비스가 한밤중에 먹통이 되면, 엔지니어들은 불을 끄고 나서 반드시 둘러앉아 '왜'를 다섯 번 되짚는 사후 분석을 한다. 그런데 컴퓨터의 세계로 건너오면서 이 도구는 생각의 윗단추 하나를 통째로 갈아 끼워야 했다. 사람의 본능은 사고가 나면 누가 그랬어, 하고 범인을 찾는다. 누군가 잘못된 명령어를 쳤다, 그 사람이 원인이다, 그를 혼낸다 — 여기서 멈추면 그건 첫 번째 왜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분야는 '비난 없는 회고'라는 낯선 규칙을 세웠다. 사람은 결코 근본 원인이 아니다. 한 사람이 실수로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면, 진짜 원인은 그 실수를 허용한 시스템 쪽에 있다는 것이다. '누가'에서 멈추지 말고 '무엇이 그 실수를 가능하게 했나'까지 파 내려가라는 이 규칙은, 도요다의 다섯 번째 왜를 사람한테 겨누지 않고 구조에 겨누도록 방향만 틀어 놓은 것이다. 근본원인분석이 디지털 세계에 제대로 살려면, 범인을 찾는 인간의 오랜 본능 그 윗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했던 셈이다.
그러니 너가 어떤 문제를 손에 쥐었을 때 — 매출이 꺾였든, 고객이 떠났든, 일정이 자꾸 밀리든 — 눈앞의 증상을 땜질하려는 손을 잠깐 멈춰라.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라. 왜 이렇게 됐지, 한 번 묻고 나온 답에 만족하지 말고, 그 답에 다시 왜를 걸어라. 다섯 번쯤 거푸 묻고도 더는 '왜'가 나오지 않는 그 자리, 거기가 네가 손봐야 할 진짜 구멍이다. 양동이를 더 큰 걸로 바꾸는 사람과, 위층의 새는 파이프를 잠그는 사람. 그 둘을 가르는 건 머리가 아니라, 한 번 더 묻는 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