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문제해결·발견술

시뮬레이션 사고 (mental simulation)

어떤 행동이나 과정을 실제로 해 보기 전에, 그것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머릿속에서 한 장면씩 끝까지 돌려 결과를 미리 내다보는 사고법. 마음속에 현실을 본뜬 작은 모형을 세우고 그 모형을 시간 순서대로 작동시켜, 여러 선택지 중 무엇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손대기 전에 가늠하는 것이 핵심이다.

너, 처음 가 보는 길로 운전해서 좁은 골목 주차장에 차를 대야 한다고 해보자. 핸들을 잡기도 전에 네 머릿속에서는 벌써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한 번 꺾고, 저 기둥을 이만큼 비켜서, 후진으로 살살 밀어 넣고 — 한 컷씩 영상이 돌아간다. 그러다 '아, 저렇게 들어가면 뒷바퀴가 턱에 걸리겠는데' 싶으면, 아직 차는 한 뼘도 안 움직였는데 너는 계획을 고친다.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너는 지금, 실제로 닥치기 전에 그 일을 머릿속에서 통째로 한 번 돌려 보고 결과를 미리 받아 본 거다. 오늘 이야기는, 이 누구나 매일 하는 머릿속 예행연습이 사실은 우리 뇌가 무엇을 하는 기계인가에 대한 답이었고, 끝내 기계가 스스로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데까지 간 이야기다.

먼저 이게 그냥 공상이 아니라 뇌의 정식 작동 원리라고 처음 또렷이 말한 사람부터 보자.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젊은 심리학자 케네스 크레이크가 얇은 책 한 권을 냈다. 거기서 그는 묘한 주장을 한다. 우리 머릿속에는 바깥세상을 본뜬 '작은 축소 모형'이 들어 있고, 생각이란 그 모형을 굴려 보는 일이라는 거다. 그 모형이 있으면 무엇이 좋은가. 크레이크의 말 그대로 옮기면, 여러 선택지를 미리 시험해 보고 그중 무엇이 가장 나은지 결론 내릴 수 있으며, 닥치지도 않은 미래 상황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생각의 본질은 머릿속에 세운 세계의 모형을 돌려 미래를 한발 먼저 보는 것 — 시뮬레이션이라는 발상이 여기서 처음 학문의 언어를 얻었다. 안타깝게도 크레이크는 채 서른을 갓 넘긴 1945년, 자전거를 타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자기가 심은 씨앗이 얼마나 큰 나무가 될지 그는 끝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서 누구나 품을 만한 의심 하나가 고개를 든다. 머릿속에서 뭔가를 '돌려 본다'는 게, 그저 그렇게 느껴지는 착각 아닌가? 진짜로 마음이 시간을 들여 한 컷씩 돌리는 거라고 어떻게 증명하나. 이 의심을 실험대 위에 올려 깔끔하게 끝장낸 장면이 1971년에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저 셰퍼드와 재클린 메츨러가 사람들에게 입체 블록 덩어리 그림 두 개를 나란히 보여 주고 물었다. 이 둘이 같은 모양을 그냥 돌려 놓은 거냐, 아니면 아예 다른 거냐. 답을 맞히는 데 걸린 시간을 쟀더니 놀라운 규칙이 나왔다. 두 그림 사이의 회전 각도가 클수록, 딱 그 각도에 비례해서 시간이 더 걸렸다. 90도 돌아간 건 30도 돌아간 것보다 정확히 그만큼 더 오래 걸렸다. 이게 무슨 뜻이겠나.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한 그림을 실제로 빙글 돌려 다른 그림에 겹쳐 보고 있었던 거다. 마치 손으로 물건을 돌리듯, 마음이 진짜로 회전이라는 과정을 시간을 들여 돌렸다는 증거다. 머릿속 시뮬레이션은 비유가 아니라, 측정 자에 잡히는 실제 작동이었다.

이 도구를 거의 초인의 경지로 끌고 간 사람을 꼽으라면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기가 발명하는 방식을 털어놨는데, 읽어 보면 좀 으스스하다. 새 기계를 떠올리면 그는 종이에 그리거나 시제품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머릿속에서 그 기계를 통째로 조립해 세워 놓고, 전원을 넣어 돌렸다. 그의 표현으로는, 머릿속 그 장치는 가장 미세한 마모 자국 하나까지 실제처럼 또렷하고 손에 잡힐 듯했고, 모터가 쉬지 않고 도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겼다고 했다. 몇 주씩 머릿속에서 돌린 뒤 분해해 어디가 닳았는지 살피고 약한 부분을 고쳤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시험을 다 끝낸 뒤에야 비로소 쇠를 깎아 진짜로 만들었고, 다시 손볼 것도 없이 한 번에 맞아떨어졌다고 그는 적었다. 당대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 여겼지만, 머릿속에서 끝까지 돌려 본 기계가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했다는 이 일화만큼 시뮬레이션 사고가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예도 드물다. 그는 실험실을 머릿속에 통째로 들여놓은 사람이었다.

이 도구가 마지막으로 옮겨 간 곳, 그리고 가장 깊은 반전이 일어난 곳은 기계 안이다. 컴퓨터에게 시뮬레이션을 시키는 일은 오래된 꿈이었다. 바둑이든 체스든, 기계가 한 수를 두기 전에 '이렇게 두면 상대가 저렇게 받고, 그럼 내가 또…' 하고 수십 수 앞을 머릿속으로 돌려 보게 하는 것 — 이른바 앞을 내다보는 탐색이다. 2016년 세상을 놀라게 한 알파고가 바로 이렇게 미래의 판들을 머릿속에서 펼쳐 보며 최선의 수를 골랐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전제가 있었다. 기계가 그 미래를 돌려 보려면, 누군가 게임의 규칙을 빠짐없이 손에 쥐여 줘야 했다. 돌을 여기 놓으면 판이 어떻게 바뀐다는 그 법칙을 알아야 머릿속에서 다음 판을 그릴 수 있으니까. 그러다 2019년, 같은 연구진이 내놓은 뮤제로라는 기계가 단추를 한 칸 위에서 다시 끼웠다. 이 기계는 규칙을 아예 받지 못한 채로 던져진다. 바둑이 뭔지, 돌을 놓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안 가르쳐 준다. 그런데도 수없이 부딪혀 보면서 '이렇게 하면 세상이 대충 이렇게 바뀌더라' 하는 세계의 모형을 스스로 머릿속에 지어 올린다. 그리고 자기가 지은 그 모형을 돌려 미래를 상상하며 수를 골라, 끝내 바둑과 체스를 사람 위에서 정복했다.

여기서 네가 정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알파고에서 뮤제로로 넘어간 건 단순히 계산이 더 빨라진 게 아니다.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먼저 세계의 규칙이 주어져 있어야 한다'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생각의 윗단추를 갈아 끼운 거다. 크레이크가 말한 머릿속 축소 모형을, 이제는 사람이 떠먹여 주는 게 아니라 기계가 경험만으로 직접 빚어내게 된 것이다. 머리 바깥의 진짜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 머릿속에 세운 모형을 돌려 미래를 보는 것 — 크레이크의 1943년 발상이 그 윗단추가 통째로 갈린 뒤에야, 비로소 기계 안에서 완성된 셈이다.

그러니 너가 어떤 결정을 앞두고 '일단 해 보고 나서 생각하자' 싶은 순간을 만나거든, 손대기 전에 잠깐 멈춰라. 그 일을 머릿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돌려 봐라. 이 수를 두면 상대는 어떻게 받을까, 그다음엔, 또 그다음엔. 테슬라가 쇠를 깎기 전에 머릿속 모터를 먼저 돌렸듯, 닥치기 전에 미리 가서 결말을 보고 오는 것. 그게 한 번에 맞아떨어지는 사람과 매번 부딪혀 깨지는 사람을 가르는, 가장 값싸고 가장 강력한 예행연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