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 다이어그램 (fishbone)
하나의 결과나 문제를 물고기 머리에 놓고, 거기에 영향을 주는 원인들을 등뼈에서 뻗어 나온 큰 가지와 잔가지로 갈래갈래 펼쳐 그리는 도구. 생선뼈를 닮아 피시본 다이어그램, 고안자의 이름을 따 이시카와 다이어그램, 하는 일 그대로 원인-결과 도표라고도 부른다. 머릿속에 한꺼번에 떠오른 원인 후보들을 종류별로 분류해 한 장에 펼쳐 놓음으로써, 진짜 뿌리를 빠뜨리지 않고 함께 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너, 사무실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해 보자. 양동이를 받쳐 놓고 사람들을 부른다. 한 명이 그런다. 윗집이 물을 틀어 놨겠지. 다른 한 명이 그런다. 아니야, 배관이 삭았어. 또 한 명은 지난주 비 때문이라고 우긴다. 셋 다 목소리가 크고, 셋 다 일리가 있다. 회의는 한 시간째 같은 자리를 맴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따지느라, 정작 천장 안에 원인이 몇 개나 숨어 있는지는 아무도 세어 보질 않았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그림이 하나 있다. 오늘 이야기는, 시끄러운 회의실을 조용한 한 장의 종이로 바꿔 놓은 어떤 그림에 관한 거다.
그 그림은 이렇게 생겼다. 종이 오른쪽 끝에 네가 풀려는 문제를 딱 한 줄로 적는다. '천장 누수.' 그게 물고기 대가리다. 거기서 왼쪽으로 굵은 가로선 하나를 죽 긋는다. 그게 등뼈다. 그다음 이 등뼈에 비스듬히 큰 가지 몇 개를 꽂는데, 여기가 진짜 솜씨가 들어가는 자리다. 원인 하나하나를 떠오르는 대로 등뼈에 직접 붙이는 게 아니라, 먼저 '원인의 종류'부터 큰 가지로 세운다. 설비, 자재, 사람, 방법, 외부 환경 — 이런 식으로. 그러고 나서 아까 그 시끄럽던 주장들을 제 종류의 가지 밑에 잔가지로 매단다. '윗집이 틀어 놨다'는 사람 가지 밑으로, '배관이 삭았다'는 자재 가지 밑으로, '지난주 비'는 외부 환경 가지 밑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서로 싸우던 주장들이 싸움을 멈추고 나란히 제자리에 걸린다. 누구 하나가 옳은 게 아니라, 그 셋이 다 가능한 가지였다는 게 눈에 보이는 거다. 그리고 빈 가지도 보인다. 아무도 입에 안 올렸지만 '사람' 가지 밑이 휑하니 비어 있으면, 너는 그제야 묻는다. 혹시 청소하던 사람이 뭘 건드렸나? 빠뜨릴 뻔한 원인이 그 빈칸에서 튀어나온다.
이 그림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은 일본의 이시카와 가오루다. 도쿄대 공학 교수였고, 전쟁이 끝난 일본이 '싸구려나 만드는 나라'라는 멸시를 어떻게든 벗어 보려 발버둥 치던 시절에 품질관리 운동의 한복판에 서 있던 사람이다. 전해지기로는 그가 1940년대 가와사키 제철소에서 기술자들을 가르치며 이 도표를 다듬어 썼고, 1960년대를 지나며 그의 품질관리 책을 통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여기서 그가 부린 진짜 묘수는 그림 모양이 아니다. 현장의 평범한 작업자, 공학을 배운 적 없는 사람도 이 가지치기를 할 수 있게 만든 것 — 그게 핵심이었다. 어려운 통계를 모르는 사람도 자기가 매일 만지는 기계와 재료에 대해 '이게 원인일 수 있겠다'를 가지에 매달 수는 있으니까. 그는 품질이란 전문가 몇 명의 머리가 아니라 현장 모두의 눈에서 나온다고 믿었고, 이 그림은 그 믿음을 종이 한 장에 옮긴 도구였다.
그래서 이 도표가 가장 빛난 무대가 일본의 '품질 분임조'다. 공장 작업자들이 몇 명씩 둘러앉아, 불량이 왜 나는지를 이 생선뼈에 함께 펼쳐 가며 따지는 모임이지. 위에서 시킨 게 아니라 현장이 스스로 원인을 사냥하는 자리였다. 이 작은 모임들이 수만 개로 불어나 쌓이자, 한 세대 만에 일본 제조업의 평판이 통째로 뒤집혔다. '메이드 인 재팬'이 싸구려의 대명사에서 정밀과 신뢰의 상징으로 바뀐 그 거대한 역전의 밑바닥에, 이 생선뼈 그림이 깔려 있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도표를 품질관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일곱 가지 도구 가운데 하나로 꼽았고, 자동차 공장이든 병원의 의료사고 분석이든 소프트웨어 장애의 사후 검토든, 원인을 빠짐없이 펼쳐야 하는 자리라면 어디서나 이 뼈가 등장하게 됐다. 큰 가지를 세우는 표준 묶음까지 생겨서, 제조 현장에선 기계와 방법과 재료와 사람과 측정과 환경, 머리글자를 따 흔히 그렇게 여섯 갈래로 친다.
다만 이 도구를 컴퓨터에 욱여넣으려 하면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요즘 협업 화이트보드 프로그램이 생선뼈 틀을 그려 주긴 하지만, 그건 종이를 화면으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그림의 힘은 계산이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을 끄집어내 분류하는 데 있어서, 기계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애초에 적다. 가지를 어디에 매달지, 빈칸이 무얼 뜻하는지를 읽는 건 결국 그 문제를 아는 사람의 눈이다. 이건 자동화로 더 똑똑해지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눈을 여러 개 모아 한곳을 보게 하는 도구다. 그 점이 이 그림의 약점이자, 동시에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그러니 너가 어느 회의에서 '원인이 뭐냐'를 두고 사람들이 제각각 한 가지씩 붙들고 핏대를 세우는 장면을 만나거든, 누가 옳은지 가리려 들지 마라. 종이 오른쪽에 문제를 적고 등뼈를 긋고, 그 모든 주장을 종류별 가지에 나란히 걸어라. 그리고 텅 빈 가지를 노려봐라. 진짜 범인은 거기, 아무도 말하지 않은 빈칸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