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 (無爲)
억지로 일을 꾸미거나 자연의 결을 거슬러 손대지 않고, 사물이 본래의 흐름을 따라 스스로 이루어지도록 두는 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아니라 '거스르는 작위를 하지 않음'을 뜻하며, 고대 중국 도가 사상의 핵심 개념이다.
너, 엉킨 실타래를 풀어 본 적 있을 거다. 급한 마음에 양쪽 끝을 잡고 힘껏 잡아당기면 어떻게 되더냐. 매듭이 더 단단히 조여 버린다. 잡아당길수록 더 안 풀린다. 그런데 손에 힘을 빼고, 실이 겹친 자리를 살살 들여다보며 느슨한 고리부터 하나씩 살짝 들어 주면 어느 순간 스르르 풀린다. 너는 더 적게 움직였는데 일은 더 잘 됐다. 이 묘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손끝으로 겪어 봤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그 손끝의 지혜를 이천 년도 더 전에 사상의 한가운데로 끌어올린 사람들에 관한 거다.
대략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중국은 끔찍한 시절이었다. 나라들이 서로 잡아먹으려고 으르렁댔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임금 앞에 나아가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부국강병의 책략을 팔았다. 더 많이 법을 만들고, 더 많이 백성을 동원하고, 더 세게 밀어붙이는 것이 곧 다스림이라 믿던 시대였다. 그런데 그 소란의 한복판에서 정반대를 말하는 책이 돌았다. 노자라 불리는 인물에게 돌려지는 『도덕경』이다. 거기 적힌 말이 묘하다. 억지로 하지 않는데도 안 되는 일이 없다. 위무위(爲無爲), 함이 없음을 행하라. 다스리는 자가 자꾸 들쑤시고 명령하고 빼앗을수록 천하는 더 어지러워지니, 물이 낮은 데로 흐르듯 백성이 제 결대로 살게 두면 천하가 절로 바로 선다는 것이다. 손대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높은 손길이라는, 시대를 거스르는 역설이었다.
이 생각에 살을 붙이고 날개를 단 사람이 장자다. 노자가 잠언으로 던졌다면 장자는 이야기로 풀었다. 그가 남긴 그림 하나가 무위가 무엇인지를 어떤 정의보다 또렷이 보여 준다. 포정이라는 백정이 임금 앞에서 소를 잡는다. 칼이 살을 가르는데 그 동작이 춤추는 듯, 음악의 가락에 맞는 듯했다. 임금이 감탄하자 백정이 칼을 내려놓고 말한다.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땐 눈앞에 온통 소 한 마리뿐이라 마구 베었습니다. 그런데 십수 년이 지나니 이제는 눈으로 보지 않고 정신으로 소를 만납니다. 살과 뼈 사이에는 본래 틈이 있고, 제 칼날에는 두께가 없습니다. 두께 없는 칼을 그 틈으로 밀어 넣으니 칼이 노닐 자리가 넉넉합니다. 그래서 솜씨 좋은 백정도 해마다 칼을 바꾸고 보통은 달마다 칼을 바꾸지만, 저는 같은 칼을 십구 년을 썼는데도 날이 숫돌에서 막 나온 듯합니다. 여기에 무위의 핵심이 다 들어 있다. 그는 뼈를 억지로 자르지 않았다. 뼈와 힘줄을 피해, 이미 벌어져 있는 자연의 결을 따라갔을 뿐이다. 그러니 칼이 상하지 않는다. 가장 적게 부딪치고도 가장 깨끗하게 갈라낸다. 결을 거스르면 칼이 부러지고, 결을 따르면 칼이 영원하다.
여기서 너는 흔한 오해 하나를 버려야 한다. 무위는 게으름이 아니다. 손 놓고 드러눕는 게 아니다. 포정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소를 들여다봤고, 십구 년을 칼을 쥐었다. 다만 그가 덜어 낸 것은 노력이 아니라 '억지'였다. 결을 거스르는 헛심, 자연이 이미 내준 길을 무시하고 제 고집대로 밀어붙이는 작위 — 그것만을 비웠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걸 '함이 없으나 하지 않음이 없다'고 비틀어 말했다.
재미있는 건, 이 무위가 도가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도가와 곧잘 대립하던 유가의 공자조차 무위를 입에 올렸다. 『논어』에 이런 대목이 전한다. 억지로 하지 않고도 천하를 다스린 이가 있다면 그건 순임금이리라. 그가 무엇을 했던가. 다만 몸가짐을 공손히 하고 임금의 자리에 똑바로 남쪽을 향해 앉아 있었을 뿐이다. 임금이 덕으로 가만히 중심을 잡으니 신하와 백성이 제 할 일을 알아서 했다는 것이다. 다스리는 자가 모든 걸 손수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을 알맞은 자리에 두고 결이 잡히면 물러서는 것 — 동양의 통치술은 이 무위를 가장 높은 경지로 쳤다. 세월이 흘러 위진 시대에 이르러서는 왕필 같은 젊은 사상가가 『도덕경』에 주석을 달며 이 개념을 한층 정교하게 다듬었고, 무위는 통치를 넘어 마음을 닦고 붓을 들고 자연을 마주하는 동양인의 살림 전반에 깊이 스몄다.
그러니 너가 어떤 일이 자꾸 꼬이고 안 풀릴 때 — 사람이 말을 안 듣든, 계획이 어긋나든 — 본능적으로 더 세게 밀어붙이고 싶거든, 잠깐 멈춰라. 엉킨 실타래를 떠올려라. 지금 네가 거스르고 있는 '결'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라. 일에는 본래의 틈과 흐름이 있다. 헛심을 빼고 그 결을 따라 칼을 밀어 넣으면, 너는 더 적게 움직이고도 더 깨끗하게 일을 끝내고, 네 칼날은 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