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관점 (outside view)
어떤 일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잘될지를 추정할 때 내 사정의 안쪽이 아니라 그것과 닮은 사례들의 집단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방법이다. 내 계획의 세부에 빠져 추정하는 '내부관점'의 반대편에 서서, 비슷한 일이 보통 어떻게 끝났는가의 실제 분포를 기준선으로 삼는다.
너, 친구 셋이랑 모여서 교과서를 한 권 직접 써 보기로 했다고 해 보자. 다들 의욕이 넘친다. 책상에 둘러앉아 머릿속으로 일정을 그려 본다. 자료는 거의 모았고, 목차도 섰고, 다들 손이 빠르니까, 길어야 한 해 반이면 끝나겠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 자리에 한 사람이 문득 묻는다. 우리 말고, 우리랑 똑같이 처음부터 새 교과서를 쓰겠다고 덤빈 팀들은 보통 몇 년 걸렸지? 누군가 머뭇거리다 답한다. 내가 아는 그런 작업들은 끝낸 경우 일곱 해에서 열 해쯤 걸렸고, 그나마 시작한 팀의 절반 가까이는 아예 책을 못 냈어. 방 안이 조용해진다. 한쪽에는 우리의 한 해 반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비슷한 사람들의 실제 칠 년이 있다.
이 두 추정이 왜 이렇게 벌어지는지가 핵심이다. 네가 안에서 일정을 그릴 때 너는 너의 사정만 본다. 우리 자료는 충분하고, 우리는 부지런하고, 큰 사고만 없으면. 그런데 큰 사고는 늘 어떤 형태로든 온다는 것, 모은 줄 알았던 자료에 구멍이 있다는 것, 셋 중 하나가 중간에 취직해 빠진다는 것, 이런 건 안에서는 절대 안 보인다. 반대로 비슷한 일을 한 수십 팀의 결말을 모아 놓으면, 그 모든 종류의 사고가 이미 평균에 다 녹아 있다. 그래서 닮은 사례 집단의 분포가, 네 의지와 무관하게, 너의 진짜 미래에 더 가깝다.
이 두 관점을 외부관점과 내부관점이라 이름 붙이고 세상에 박은 사람이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다. 방금 그 교과서 이야기는 사실 카너먼 본인이 1970년대에 실제로 겪은 일을 옮긴 거다. 그는 이스라엘 고등학교용 의사결정 교과서를 쓰는 팀에 있었고, 한 해쯤 회의를 거듭한 뒤 일정을 점쳐 보니 다들 두 해 안팎, 빨라야 한 해 반에서 늦어야 두 해 반에 몰렸다. 그때 그가 팀의 교육과정 전문가에게 물었다. 당신이 본, 우리 같은 처음부터 쓰는 팀들은 얼마나 걸렸냐고. 돌아온 답이, 칠 년보다 짧게 끝낸 팀도 십 년보다 길게 끈 팀도 떠오르지 않고, 그나마 사십 퍼센트는 아예 완성을 못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무서운 대목은 그다음이다. 그 전문가조차 자기가 그 통계를 다 알면서도, 막상 자기 팀 안에 들어와 앉으니 두 해쯤이라고 똑같이 점쳤다는 것. 결국 그 팀은 책을 완성하긴 했는데 여덟 해가 걸렸고, 그사이 교육부의 관심이 식어 그 교과서는 한 번도 쓰이지 못했다. 바깥의 숫자가 옳았다.
카너먼은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사람이 왜 이렇게 자기 일만은 특별하다고 믿는지를 평생 파고들었다. 그들은 이걸 계획 오류라고 불렀다. 거의 모든 계획은 거의 모든 경우에 늦고 비싸지는데, 그걸 세우는 본인만은 매번 안 그럴 거라 믿는다. 처방은 단순하다. 추정하기 전에 한 발 물러나, 이 일이 속한 '준거집단'을 먼저 찾아라. 나와 닮은 과제들이 실제로 어떻게 끝났는지의 분포를 기준선으로 깔고, 그 위에서 내 사정만큼만 조금 조정하라. 백지에서 내 의지로 그리지 말고.
이 절차는 책상물림 이론으로만 남지 않았다. 카너먼과 함께 일한 경제학자 벤트 플뤼비에르는 이걸 '준거집단 예측'이라는 정식 기법으로 다듬어, 거대한 토목·건설 사업의 예산과 공기를 추정하는 데 썼다. 다리 하나, 터널 하나를 새로 놓을 때 설계도 안쪽만 들여다보며 비용을 계산하는 대신,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비슷한 다리와 터널이 실제로 얼마나 초과했는지의 분포를 끌어와 보정하는 방식이다. 영국 정부는 아예 이걸 공공사업 타당성 검토의 공식 지침으로 채택해, 부서가 내놓은 낙관적 추정에 사례 분포에서 뽑은 보정값을 강제로 더하게 만들었다. 너의 의지를 못 믿겠으니, 남들의 결말을 끌어다 덧대라는 제도화다.
그러니 너가 무언가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잘될지를 점쳐야 하는 상황을 만나거든, 네 계획서를 더 들여다보지 마라. 먼저 고개를 들어 물어라. 나와 똑같은 일을 한 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끝났는가. 그 집단의 실제 분포를 기준선으로 깔고, 거기서 네 사정만큼만 눈금을 옮겨라. 너만 특별할 확률은, 너 생각보다 훨씬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