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E
어떤 대상을 항목으로 쪼갤 때, 항목끼리 서로 겹치지 않고(상호배타) 모두 합치면 빠진 데 없이 전체를 덮도록(전체포괄) 나누는 분류 원칙이다. 컨설팅에서 문제를 구조화하는 기본 규율로 쓰인다.
너, 친구 다섯이 모여 회비를 걷어 떠난 여행에서 영수증 뭉치를 떠안았다고 해보자. 정산을 해야 하는데, 일단 항목을 나눠 적기 시작한다. 교통비, 식비, 숙박비, 기념품, 그리고 어쩐지 애매한 것들은 '기타'. 그런데 적다 보니 묘한 일이 벌어진다. 기차역 편의점에서 산 김밥은 교통비냐 식비냐. 숙소에서 사 먹은 라면은 숙박이냐 식비냐. 같은 영수증을 두 칸에 적었다가 합계가 부풀고, 어떤 영수증은 어느 칸에도 안 들어가 슬쩍 빠진다. 분명 다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총액이 안 맞는다. 너를 괴롭히는 건 돈 계산이 아니다. 칸을 잘못 그은 거다.
여기서 두 가지 병이 보인다. 하나는 겹침. 한 항목이 여러 칸에 동시에 들어가 같은 걸 두 번 세게 만든다. 다른 하나는 빠짐. 어느 칸에도 안 들어가는 게 생겨 전체가 새어 나간다. 좋은 분류라면 이 둘이 동시에 없어야 한다. 칸끼리는 서로 안 겹치고, 칸을 다 합치면 전체가 빠짐없이 채워져야 한다. 이 두 조건을 영어 머리글자로 박아 놓은 말이 MECE다.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상호배타적이고 전체포괄적. 말은 거창해도 네가 영수증 앞에서 본능적으로 바라던 바로 그것이다.
이 말을 만든 사람은 1963년 맥킨지에 들어간 바버라 민토다. 민토는 그 거대한 컨설팅 회사 최초의 여성 컨설턴트였고, 곧 런던으로 건너가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컨설턴트들이 보고서를 쓰는 법을 가르치는 일을 맡았다. 그가 발견한 문제는 똑똑한 사람들조차 생각을 쌓는 순서가 엉망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민토는 생각을 피라미드처럼 쌓는 방법을 정리했는데, 그 피라미드의 한 층을 다음 층으로 쪼갤 때 지켜야 할 규율로 이 MECE를 박아 넣었다. 한 묶음을 아래로 가를 때마다 겹치지도 빠지지도 않게 갈라라. 그래야 위에서 내려다본 생각이 빈틈없이 맞물린다. 그는 맥킨지를 나온 1970년대부터 이 방법을 가르치는 일을 본업으로 삼았고, 1980년대에 『피라미드 원칙』이라는 책으로 묶어냈는데, 그 책은 컨설팅 업계의 글쓰기 교본처럼 읽혔다.
왜 하필 컨설턴트였느냐가 중요하다. 컨설턴트는 남의 회사 문제를 며칠 만에 파악해 경영진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 이때 매출이 왜 떨어졌는지를 두고 '음, 경기도 안 좋고, 경쟁사도 세지고, 우리 제품도 좀 그렇고…' 식으로 떠오르는 대로 늘어놓으면 빠뜨린 원인이 반드시 생기고, 그게 진짜 원인이면 진단 전체가 무너진다. 그래서 그들은 매출을 가격 곱하기 수량으로 먼저 가르고, 수량을 다시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으로 가르는 식으로 내려간다. 가격 아니면 수량, 둘로 가르면 그 층엔 샐 구멍이 없다. 이렇게 한 칸씩 안전하게 쪼개 내려간 나무를 가리켜 이슈 트리라 부르고, MECE는 그 나무의 모든 가지가 지켜야 하는 법이 됐다.
이 도구가 가장 크게 자란 자리는 맥킨지가 갈고닦은 가설 주도 문제 해결이라는 일하는 방식이다. 거대한 문제를 MECE한 가지로 쪼개 이슈 트리를 펼쳐 놓으면, 그다음엔 어느 가지가 진짜 범인일지 먼저 가설을 세우고 거기에만 시간을 쏟을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빠짐없이 늘어놓았기 때문에, 한 가지에 집중해도 다른 데 답이 숨어 있을까 불안하지 않다. 빠짐없음이 곧 집중할 자유를 준다. 이게 분류라는 허드렛일처럼 보이는 작업이 사실은 전략의 출발점인 이유다.
다만 너에게 한 가지는 일러둬야겠다. MECE는 세상을 깔끔히 자를 수 있다는 약속이 아니다. 세상엔 깔끔히 안 잘리는 게 더 많다. 사람의 동기, 문화, 사랑 같은 건 어떤 칸을 그어도 겹치고 샌다. MECE가 빛나는 건 돈, 시간, 단계, 종류처럼 본래 셀 수 있고 가를 수 있는 것을 다룰 때다. 그러니 너가 무언가를 나눠야 하는 상황을 만나거든, 먼저 같은 게 두 칸에 들어가지 않는지, 그리고 어느 칸에도 안 들어가는 게 남지 않는지 이 둘만 손가락으로 짚어 확인해라. 겹침과 빠짐, 이 두 구멍만 막아도 네 생각은 영수증처럼 합이 딱 맞는다.